어느 날, 퇴근길에 집까지 가는 동안 천천히 걸었다. 정말 느리게.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바삐 움직이는데도 나는 아주 느리게, 한 걸음 한 걸음을 의식하면서 걸었다.그런데 발걸음은 느린데 오히려 머릿속은 빠르게 걸을 때보다 시끄러워졌다.‘내일 출근해서 어떤 업무부터 처리해야 하지?’‘내가 느리게 걷는 게 다른 사람들 눈에 이상하게 보일까?’‘이렇게 천천히 오래 걸을 바엔 운동 앱이라도 켜는 게 낫지 않을까?’내가 아주 느리게 천천히 걷는 동안에도 세상은 빠르게 움직였다.머릿속은 여전히 내일 업무, 확인해야 하는 메시지, 의식적으로 끊어낸 뉴스 피드의 잔상으로 가득 찼다.신체는 느리게 움직이는데, 두뇌는 빠르게 회전하는 상태에 갇혀 있었다.몸은 정보와 분리됐지만 마음은 붙들려 있었다.그때 깨달았다.단지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