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시간 동안 독서는 ‘시각’이 중심이 되는 행위라고 정의되어 왔다.독서란, 책을 눈으로 읽고 정보를 받아들이고, 문장을 따라가면서 자신만의 언어로 이해를 해 나가는 과정이었다.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독서는 ‘스크린 위에 뜬 문장’을 스크롤로 훑어보는 것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정보는 더 빨리, 더 많이 소비되고 있지만, 정작 그 내용이 우리의 내면에 남거나 사고를 유도하는 빈도는 낮아졌다.디지털 환경에서의 독서는 수용의 속도는 높아졌지만, 감각의 밀도는 낮아졌다.손끝은 화면을 스크롤하는 데만 익숙해지고, 청각은 배경 음악이나 주변 소음에 묻혀 산만해졌으며,언어는 이미지를 보조하는 단편적인 텍스트로 변질됐다.이는 단순히 매체의 변화로 볼 것이 아니라, 읽는 행위 자체가 감각적 통합을 잃어버린 구조적 전환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