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알림은 정확하다.회의, 점심 약속, 업무 마감 기한까지.디지털 캘린더는 하루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정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삶은 정돈되지 않는다.업무는 흐트러지지 않지만, 감정은 어지러워진다.계획은 잊히지 않는데, 하루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스마트폰 속 캘린더는 언제 어디서든 쉽게 열어서 볼 수 있다.공유도 쉽고 수정도 빠르다.하지만 문득 멈춰 보면, 나의 하루는 표 형식에 적힌 사실만 존재하고,정작 그 안에 담긴 감정이나 감각은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화면에 나열된 일정은 ‘행동의 체크리스트’일 뿐,시간이 지나 그 계획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다시 떠올리기란 어렵다.계획은 단지 기억만 하기 위한 정보가 아니다.그것은 앞으로의 시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