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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일정이 놓치는 것들: 디지털 미니멀리즘과 손글씨의 힘

앱 알림은 정확하다.회의, 점심 약속, 업무 마감 기한까지.디지털 캘린더는 하루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정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삶은 정돈되지 않는다.업무는 흐트러지지 않지만, 감정은 어지러워진다.계획은 잊히지 않는데, 하루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스마트폰 속 캘린더는 언제 어디서든 쉽게 열어서 볼 수 있다.공유도 쉽고 수정도 빠르다.하지만 문득 멈춰 보면, 나의 하루는 표 형식에 적힌 사실만 존재하고,정작 그 안에 담긴 감정이나 감각은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화면에 나열된 일정은 ‘행동의 체크리스트’일 뿐,시간이 지나 그 계획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다시 떠올리기란 어렵다.계획은 단지 기억만 하기 위한 정보가 아니다.그것은 앞으로의 시간을 ..

디지털 미니멀리즘과 좋아요 없는 관계: 비교 피로를 벗어나는 연결의 방식

요즘 우리는 누군가가 업로드한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관계가 어색해지고,내가 올린 글에 반응이 없다는 이유로 상대와 나의 친밀도를 의심하게 된다.우리는 어느새 ‘관계의 신호’를 디지털 플랫폼이 정해 놓은 몇 가지의 버튼 안에서만 찾고 있다.그 버튼은 ‘좋아요’, ‘하트’, ‘반응’, ‘공유’, ‘댓글’로 이어지고,때로는 그 수치가 나와 타인 간의 거리, 친밀감, 영향력까지 대변하는 구조처럼 여겨진다.그러나 이 정교한 구조는 상당히 왜곡된 관계 감각을 유도한다.정말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요 한 번으로 유지되거나 확인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듣는다면대부분의 사람은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하지만 실생활에서는 그보다 더 자주, 더 쉽게 ‘디지털 반응’으로만 관계를 판단하고 반응한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