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읽었다.분명히 들었다.그런데 기억나지 않는다.어제 본 뉴스, 오전에 친구가 했던 말, 일주일 전에 보았던 새로 생긴 가게의 이름까지.분명히 생각은 늘 하고 지내는데,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없다.머릿속을 정리할 새 없이 다음 화면이 등장하고, 손가락은 멈추지 않는다.수천 개의 정보가 지나가지만, 뇌리에 남은 것은 거의 없다.기억의 밀도는 줄고, 사소한 사실도 자꾸 확인하게 된다.‘내가 그걸 확인했나?’‘내가 분명 들었는데…’기억이 흐려지는 게 아니다.기억될 만한 정보가, 기억될 틈 없이 흘러가고 있다.기억은 자취가 아니라, 연결이다.그 연결이 사라진 것이다.우리는 정보를 계속 주입하고 있지만, 그 정보를 '사는 방식'은 점점 사라진다.살아낸 하루가 아닌, 지나간 시간만이 쌓인다.그 차이가 기억력..